좋은글

모르는 곳에 산다 / 김연성

관음죽 2011. 7. 13. 09:10

모르는 곳에 산다/김연성

 

 

 

내가 모르는 곳에 있다 우리는

서로에게 슬퍼질 때

오랜 지병(持病)이 찾아오고

외로움의 본적(本籍)은 짐작할 수 없는 곳이다

혼자 가난해지면

돌아갈 주소(住所)를 찾지 못한다

 

사람과 사람 사이 별의

푸른 심장을 향해 교신할 주파수는

점점 희미해지고

메니에르증후군으로 자꾸 눕고 싶어지는 날

지랄 같은 생존을 위해

오늘은 어떤 항체를 구해야 하나

최후에 뜯어먹을 한 점 빛의 혈육(血肉)도 없는데

 

어두워지는 가슴 안의 적소(謫所)이거나

얇은 바람이 후다닥 지나간 공터 위

희끗한 별 하나 돋는 날이면

생의 바깥쪽으로 걸어오는 당신이 기우뚱 보인다

 

내일 밤 폭설이 내린다

헛디딘 발자국소리 지워지지 않는다

흰 눈을 뒤집어쓰고

눈 속의 풍경이 가장 무거워지는 한낮,

별이 녹는다 설맹(雪盲)의 시야 속에

한 마디 전언(傳言)도 남기지 않은

별빛은 더 이상 지상으로 흐르지 않는다

 

'좋은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사실과 진실  (0) 2011.09.03
그대의 맨발 / 정원숙  (0) 2011.08.17
[스크랩] 자작나무  (0) 2011.07.03
봄비 / 정소진  (0) 2011.04.18
[스크랩] ◈§ 나의 몸 피로를 푸는 건강 법 §◈  (0) 2011.04.17