모르는 곳에 산다/김연성
내가 모르는 곳에 있다 우리는
서로에게 슬퍼질 때
오랜 지병(持病)이 찾아오고
외로움의 본적(本籍)은 짐작할 수 없는 곳이다
혼자 가난해지면
돌아갈 주소(住所)를 찾지 못한다
사람과 사람 사이 별의
푸른 심장을 향해 교신할 주파수는
점점 희미해지고
메니에르증후군으로 자꾸 눕고 싶어지는 날
지랄 같은 생존을 위해
오늘은 어떤 항체를 구해야 하나
최후에 뜯어먹을 한 점 빛의 혈육(血肉)도 없는데
어두워지는 가슴 안의 적소(謫所)이거나
얇은 바람이 후다닥 지나간 공터 위
희끗한 별 하나 돋는 날이면
생의 바깥쪽으로 걸어오는 당신이 기우뚱 보인다
내일 밤 폭설이 내린다
헛디딘 발자국소리 지워지지 않는다
흰 눈을 뒤집어쓰고
눈 속의 풍경이 가장 무거워지는 한낮,
별이 녹는다 설맹(雪盲)의 시야 속에
한 마디 전언(傳言)도 남기지 않은
별빛은 더 이상 지상으로 흐르지 않는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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