창작방

들판을 지나가다--등단

관음죽 2010. 10. 23. 08:28

허수아비 가부좌하고

가을 걷어낸 무논에는

나즈막 깔린 쌀뜨물같이 뿌연 여명위로

비단결로 손끝에 잡힐듯한 는개 흐른다

 

개구락지 울었던 물꼬

메뚜기 폴짝폴짝 놀던 논두렁

열매 남기고 몸까지 바치는

마른 벼 포기 앙상한 뼈마디들

어느새 가지런히 누워 있다

 

벌집 같은 콘크리트

하늘 쳐다보는 보금자리

뿜어내는 온갖 사념들

연기도 없이 태워주는

들판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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