장롱 속 보료처럼 두툼하고 큼직한 방석이 잠자고 있다
한때 승승장구하던 시절 있었지, 어느덧 흐르는 강물이 무심한 듯
바깥세상을 외면한 채 장롱 속에서 숨을 쉬지만
불평 한마디 없다
가끔 낡은 엉덩이가 털썩 주저앉아도
뒤틀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
귀한 손님이라도 오는 날이면웃음꽃 핀 얼굴로 멋을 부리고 점잔을 뺀다
한여름 진드기들의 등쌀에 못 이겨 햇살에 일광욕하며
보송보송 몸을 말리기도 한다
오늘도
기약 없는 주인을 기다리며
장롱 밑바닥, 이불에 짓눌린 채
깊은 잠에 빠져 있다
'창작방' 카테고리의 다른 글
행복 담은 택배 (0) | 2011.06.16 |
---|---|
넝쿨 장미 (0) | 2011.06.14 |
봄비 (0) | 2011.04.23 |
불면--11. 호수 (0) | 2011.04.01 |
삼월의 화신--11. 호수 (0) | 2011.03.29 |