창작방

방석

관음죽 2011. 4. 30. 12:47

장롱 속 보료처럼 두툼하고 큼직한 방석이 잠자고 있다

한때 승승장구하던 시절 있었지, 어느덧 흐르는 강물이 무심한 듯

바깥세상을 외면한 채 장롱 속에서 숨을 쉬지만

불평 한마디 없다

가끔 낡은 엉덩이가 털썩 주저앉아도

뒤틀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며

귀한 손님이라도 오는 날이면

웃음꽃 핀 얼굴로 멋을 부리고 점잔을 뺀

한여름 진드기들의 등쌀에 못 이겨 햇살에 일광욕하며

보송보송 몸을 말리기도 한다

 

오늘도

기약 없는 주인을 기다리며

장롱 밑바닥, 이불에 짓눌린 채

깊은 잠에 빠져 있다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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