창작방

정든 장마--11. 호수

관음죽 2011. 8. 4. 12:57

버리기 아까운 구두 

자꾸 신으면 정이 들듯이

어제도 오늘도 내리는 비,

이제 밉지 않다

태풍 전야의 고요 속으로

빠져드는 차 한 잔

아른거리며 희미하게 

떠 있는 얼굴

두 손으로 가려 보지만

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

그칠 줄 모르는

실오라기 같이 흔들리는 파문

이제 밉지 않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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