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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며드는 것 / 안도현

관음죽 2011. 9. 6. 18:02

   스며드는 것 / 안도현

 

 

   꽃게가 간장 속에

  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

  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

  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

 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

  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

   버둥거리다가 꽃게는

   어찌 할 수 없어서

  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

  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

  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끝으로

   알들에게 말했으리라

  

   저녁이야

   불 끄고 잘 시간이야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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